내 몸은 바람개비다. 올해 처음 나의 애마(愛馬)를 데리고 어제는 한강에 갔었다. 겨우내 애마의 뒷다리가 시원찮았는데 수리점에서 손을 보자 다시 활기를 찾은 듯 늙은 그도 기분이 좋아보였다. 아마 그도 굶주려왔던 탓에 오랜만에 풀이 그리웠는지 모른다. 풀을 뜯어 먹을 생각에 들뜬 그가 안스럽기도 했다. '너무 한 거 아니야, 아직 이르단 말야! ' 내가 넌지시 눈을 찡끗해 보이며 기대하지 말라고 했지만 막무가내다. 하여튼 강으로 향하는 우리의 마음은 봄 햇볕처럼 따사롭고 정이 흘러넘쳤다. 두꺼운 겨울옷을 벗어 던지고 사람들의 가벼운 옷차림에서 방울소리가 나거나 행진곡 같은 경쾌한 음악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 회색이나 잿빛을 품고 있는 겨울이다. 애마의 등에 올라탔다. 내 온몸에 바람이 달라붙었다 떨어져나갔.. 더보기 이전 1 ··· 57 58 59 60 61 62 63 ··· 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