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 눈이 내리는 창밖을 덤덤하게 몇 번씩 내다본다. 내리는 함박눈이 무거워보인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걸 보니 저 가벼운 것에도 무게를 달고 있나봐. 앞집 푸른 색 지붕을 하얗게 덮어간다. 눈은 계속 내리고 책상 위의 커피가 식어버린 어두침침한 방 안 조금 젊은 러시아 지휘자의 차이코프스키 '비창'을 듣는 중이다. 마지막을 모르는 철없는 봄눈이 아무 이룬 것 없는 내 젊은 날을 배경으로 하염없이 내린다. 늦은 오후. 눈송이 하나가 지상에 닿기까지의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어떤 눈송이는 홀씨가 완벽하게 다 붙은 민들레 한 송이만하다. 이젠 창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더보기 이전 1 ··· 54 55 56 57 58 59 60 ··· 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