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과 첼리스트 작년 가을 무렵 한강에 앉아있다가 제비꽃 씨앗을 발견하고 검은 비닐에 조금 털어가지고 왔었다. 그것을 지난 달 조그마한 빈 화분에 뿌려두었는데, 세상에 기특하게도 싹이 열 세개나 올라왔다. 곤충의 알처럼 눈에 띄지 않던 아주 작은 존재가 이 지구를 들어올리는 순간을 보게 된 것이다. 싹은 햇살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주시하며 줄기를 키우고 있다. 내가 짓궂게 해의 반대 방향으로 책상에 올려놓으면 다음 날 아침 해가 있는 방향으로 또다시 기울어진다. 아무 기대를 않고, 상념 없이 그것들을 바라보기 전까지는 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그 자리에 있지만, 내가 생각을 시작하는 순간 이 조그마하고 연약한 존재는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나는 그들에게 아주 척박한 감옥을 선사했을 뿐더러 그들의 미래, 희망, 본.. 더보기 이전 1 ··· 56 57 58 59 60 61 62 ··· 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