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것은 힘이 세다 며칠째 비가 온다. 컨테이너 하우스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함석지붕보다 더 요란하다. 천지 사방으로 비의 장막을 친 듯하다. 최근 핀셋으로 호접난 포트 주위에 난 풀들을 뽑았는데 저녁에 혼자 밥먹다가 산밭에서 생전의 할머니가 김을 매시던 모습이 떠올려졌다. 똑같은 밭에 어느 해는 참깨, 어느 해는 콩, 기억 속에 메밀도 심으셨다. 그 밭에 자랐던 작물들을 떠올려보지만 몇 가지에 그치고 만다. 호미로 자갈을 골라내시고 풀을 매시던 모습을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이다. 시골에 계신 아버지께 전화를 건다. 모내기, 고추 모종, 이런 얘기는 도시에 살면서 나 역시 철을 잃고 말았다. 비바람에 고추 모종한 비닐이 다 벗겨졌다며 속상해하시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그 상황이 나에겐 심각하게 와 닿지 않는다. 고작 .. 더보기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