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으로의 초대 J야. 어제 방정리를 마쳤어. 예전 옥탑방만한 크기란다. 과분한 책장이지만, 정리를 해놓고 보니 어쩌면 내가 빨리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책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을 때도 많고 불을 지르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 사이 잃어버린 것도 많다. 문제는 결국 나란 사람이겠지. 이제 이 방을 비워두고 또다시 다른 곳으로 가는구나. 사진이든, 시이든, 예술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들에 거창하게 의식이나 설명을 붙이기 전 자기 고유만의 주장을 확고하게 굳힐 만한 내면의 힘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 네 마음속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처럼, 흔들리지 않는 뿌리처럼. 사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이제는 네가 더 힘이 세잖아. 남의 눈에는 한낱 쉬워 보이지만 어떤 사람에겐 평생에 걸리는 일이 있지. 그렇지만 나 같.. 더보기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