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피부에 스치면서 조금씩 마음도 허전해진다. 여름 동안의 무력한 텅 빈 것만이 아닌 무언가가 있었다가 사라진 것 같은 부재의 느낌과 흡사하다. 그러나 나이를 먹은 탓에 잠시 아릿할 뿐이다. 지난 날의 동경, 그리웠던 사람, 치기 어린 열정. 한순간에 지나간 모든 감정들이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만일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그 감정들은 얼마나 가슴에 북받칠까. 또한 허망할까 싶은 느낌도 든다. 몇 해 전 수술을 앞두기 전 병원에서 양성일 경우 길어야 한 달 반을 살 수 있을 거라는 말을 의사가 엄마에게 전하는 것을 병실 복도를 지나며 엿들었을 때 정작 나는 담담했었다. 한순간에 삶을 체념했던 것인지 모른다. 며칠 동안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에 대한 생각을 자주 했다.. 더보기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