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밖으로 비행기가 인천공항 활주로에 닿는 순간 모든 것이 꿈처럼 슬프게 지나가버렸다. 나를 맞이한 것은 잎들이 다 떨어져버린 회색빛의 겨울산, 빈 나무들. 대낮부터 딸을 기다리다 술 한 잔 하신 아버지, 친구의 문자, 엄마, 남동생... 연평도 사건.. 인도가 좋아서도 아니었다. 포카라가 좋아서도 아니었다. 그럼 무엇 때문에. 여기가 아니라는 사실 만으로. 안내방송이 채 다 나가기도 전에 공항 내 지하철 문이 닫히는 바로 앞에서 고국에 돌아온 사람들의 표정을 살핀다. 안도하는 눈빛과 저마다 너무 익숙한 걸음으로 입국 수속을 밟는다. 저 당찬 걸음이 싫다. 나는 다시 떠나고 싶다. 그리울 때까지 떠돌고 싶다. 전보다 더 강렬하게. 더보기 이전 1 ··· 43 44 45 46 47 48 49 ··· 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