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나를 깨닫지 못하던 시절에 쓴 일기에는
지금 깨닫지 못한 꿈 하나가 서려있다.
어제 엄마를 만나고 돌아온 후 내내 기분이 안 좋다. 엄마와 단 둘이 고깃집에 갔는데
조용한 엄마 눈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고 작고 가난했다.
나는 누군가가 나의 오래 전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으면 슬퍼진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내 옷을 벗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흐릿한 이미지가 짧게나마 누군가의 마음에 남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것은 마치 감옥 같아서 잔상처럼 마음에 어지럽게 괴롭게 다가오는 저녁이 있다.
나의 신체의 일부처럼 떨쳐낼 수 없는 것임을 알면서
나는 나를 벗어날 수가 없고 훌쩍 뛰어넘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상하게 막 달리기를 하고 난 사람처럼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며 숨이 차다.
나의 뽀루뚜까, 나의 슈르르까
이쯤에서 나의 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서 기대어 쉴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