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미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십이 년은 이승, 십사 년은 저승인 비 어느 세월, 이 세상 어딘가에 불행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분명 내 짝일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물론 그 사람도 나를 몰래 바라보며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는 것도. 나는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이 몹시 그리웠다. 어디 둘 데 없이 두문불출한 마음이 찾는 곳이란, 단 한 그루의 나무줄기 둘레에서 마젤란의 세계 일주 여행을 하며 일생을 보낼 수 있다는 에드워드 윌슨의 말에 참여하여 그리운 사람을 종종 곁에다 두고 다른 세계의 언어로 얘기하며 살기를 소망했다. 다른 세계 속의 언어를 빌려서 그 사람에게 다가가면 그 또한 내가 하고 싶은 말일 것 같았기에 한때는 그러한 꿈이 날 살릴 것도 같았다. 그러나 꿈에도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여기, 한참 주저하다가.. 더보기 이전 1 ··· 71 72 73 74 75 76 77 ··· 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