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을 지나다 월요일 아침, 만원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았다. 똑같은 시간대에 나와서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들. 그리고 언제나 똑같이 창밖의 풍경들과 함께 흔들리며 지나가지만 내겐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보고 싶은 것보다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 더 많아져서인지 모른다. 버스가 신호대기였는지 갑자기 멈춰섰다. 창밖으로 동물병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수의사였는지, 밤동안 울부짖다 고요해졌을, 밤새 그의 기척을 기다렸을 동물병원의 문을 그가 막 열고 들어서자마자 시츄와 말티스 두 마리가 빙글빙글 자신의 주위를 돌며, 또 그를 에워싸며 너무나도 반갑게 너무나도 간절히 출근한 그를 맞아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굳은 얼굴에서 그 어떤 동요나 미세한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 그도 똑같은 일상에 .. 더보기 이전 1 ··· 65 66 67 68 69 70 71 ··· 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