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일 비가 올 것 같은 음울한 날이다. 하늘에선 눈을 내릴까, 비를 내릴까 고심하고 있는 것만 같다. 어렵게 수술을 끝내고 겨우 살아나 회복기에 접어든 사람이 담담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세상의 빛깔. 말러의 아다지에토와 같은 날씨다. 나는 병실에 누워 있는 환자처럼 차분하고 말 없는 오후를 보낸다. 이런 날씨가 한 달 정도 내게 찾아와 주었으면 싶다. 외부의 영향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방에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겠지만 내 방에 죽은 채로 벽에 걸려 있는 시간처럼 정지되어 있는 것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 인터넷에서 알제리라는 나라를 검색해보았다. 요즘 나는 카뮈의 산문을 읽고 있는 중이다. 알제리와 지중해 그리고 카뮈. 그를 고작 묵직한 소설과 시지프 신화로만 만났을 뿐인데 최근 깊은 밤 라디오 프로에서.. 더보기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