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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서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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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틈에 놓아두었던 제비꽃 싹이 수원집을 다녀온 사이 모두 말라 죽었다.

방안에서 편하게 나 혼자만 꽃을 보려한 것이 아무래도 욕심이 컸다. 

흙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화분을 보며 며칠째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미 죽었는데 미안하다고 해서 어쩔 것인가...


갖고 싶은 것들로 나를 채우려 하고 있다. 음악, 책, 라디오, 사진...

그러나 나를 채워도 내가 없다.

그 섬에 가서 흰구름 아래 풋사과 같은 웃음을 짓는 나를 다시 데려올까 생각도 해봤으나,


때때로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이 지독하게 슬프고 무섭다. 섬뜩한 건

무서운 사람들 속에 나도 모르는 사이 속해 있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옳게 살아왔다고 믿는 사람들.

한평생을 쌓아온 업적이 하루 아침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오로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뿐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무엇을 하면 좋은지

지금 무슨 음악을 들으면 좋은지,

봄밤에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