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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서랍

봄눈



눈이 내리는 창밖을 덤덤하게 몇 번씩 내다본다.
내리는 함박눈이 무거워보인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걸 보니 저 가벼운 것에도 무게를 달고 있나봐.
앞집 푸른 색 지붕을 하얗게 덮어간다.
눈은 계속 내리고 책상 위의 커피가 식어버린 어두침침한 방 안
조금 젊은 러시아 지휘자의 차이코프스키 '비창'을 듣는 중이다.


마지막을 모르는 철없는 봄눈이 아무 이룬 것 없는
내 젊은 날을 배경으로 하염없이 내린다. 늦은 오후.


눈송이 하나가 지상에 닿기까지의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어떤 눈송이는 홀씨가 완벽하게 다 붙은 민들레 한 송이만하다.
이젠 창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