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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서랍

눈의 심장을 받았네


눈의 심장을 받았네


당신은
새벽 첫눈을 뭉쳐
바닥에 내려놓았네

그것은
내가 굴리며 살아야 할
차가운 심장이었네

눈 뭉치에 기록된
어지로운 지문 때문에
바짝 얼어붙기도 했네

그럴 때마다
가만히 심장을 쥐어오던
당신의 손,

온기를 기억하는
눈의 심장이
가끔 녹아 흐를 때 있네


길상호 시


춥고 아무 것도 기댈 곳 없는 오후,  점퍼를 껴입고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어두침침하고 온기 하나 없는 방 안, 조카의 마른 코에서 나는 숨소리.
조그맣게 틀어놓은 라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