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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서랍

10월 마지막 날



오늘 처음 조카를 데리고 가까운 산에 올랐다. 정상이 가까울 무렵 조카는 안아 달라며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않는다.
나는 조카를 업고 천천히 계단을 밟는다. 예린아, 고모 힘나게 노래 좀 불러줘. 그러면 무슨 노래 불를까 곰 세마리! 응 곰 세마리. 조카는 곰 세마리를 부르다 하늘로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았나보다. 고모 저 비행기는 어디 가는거야? 응... 집에 가나. 비행기가 배고파서 집에 가는거야? 응. 고모 저 비행기는 누구 비행기야? 글쎄... 고모, 아빠 비행기지. 응 아빠 비행기야. 조카는 매일 똑같은 질문을 건넨다. 내게 똑같은 질문인지 몰라도 조카는 새로운 사건일지 모르니 나는 되도록 생각해서 답을 하려고 하지만 그런 조카는 나보다 먼저 답을 알고 있다.




저 나뭇잎들이 다 떨어지기 전 나는 무슨 한 가지를 이뤄야 한다.


해가 질 무렵 자주 산을 오르려고 한다. 집을 나서면 가까이에 산이 있다는 것이 큰 행운이지만 산한테는 안 좋은 일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한때 사랑할 뻔한 사람을 이곳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의 머리는 조금 벗겨지고 여전히 불편한 다리로 걸으며 개 두 마리와 산책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때 그녀에게 마음을 주었던 그는 우연히 산 정상에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를 어렴풋이 발견했다. 그녀가 맞을까 고개를 약간 기우뚱하지만 그녀 옆에 있는 아이를 보고 그만 개들을 재촉하며 발길을 옮기는 자신을 본다. 시월 마지막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