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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서랍

그늘

휑한 마음 따라 나뭇잎이 깊이 물들어간다. 도서관을 나오며 길 바닥에 떨어진 감나무 잎사귀의 알록달록한 무늬들에는 아직 저녁 햇살이 평화롭게 앉아 있었다. 그 빛이 조용히 무슨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그러나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가장 예쁜 평화를 손 안에 쥐고 싶었지만 마음 뿐이다. 발걸음이 마음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길을 걷다가 처음에는 목적이 있었으나 나중에는 방향을 잃어버린 채 걷기로 했다. 찻집에 들어갈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까. 집에 들어가기에는 무언가 아까웠다. 거리를 한 시간 너머 걷다가 결국 집에 돌아왔지만 10월은 꼭 누군가를 만나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