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 누가 죽었는데 캄캄한 밤, 전기불도 없고 암흑 한가운데에 오싹한 기운에 젖어
시골집 마당에 혼자 서 있는 꿈.
돌아가신 할머니가 아주 낡은 방에 계시는 꿈.
아주 오래전에 돌아가신 동네 할머니 두 분이 머리를 늘어뜨리고 와서는 내게 동전 50원을 주고
나를 잡아 먹겠다고 하다가 내가 할머니의 뼈다귀 같은 손가락을 깨물었는데 그만 꿈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깨어나 머리맡에 있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니 새벽 3시 50분이다.
기분 나쁜 악몽을 꾸고 난 후 북 라이트를 켜고 침대 아래에 머리를 두고 다시 누웠다.
이번에는 동쪽 방향에 머리를 두고.
저녁에 이어폰으로 세음을 들으며 자전거를 타고 농로를 달렸다. 논과 밭과 집, 수박이 있는 비닐 하우스, 관목 온실
그 사이길을 달릴 때 나는 그제야 숨통이 트인다.
달리며 나는 길이 희미해지는 걸 느낀다. 길은 저녁 속으로 숨는다. 밤과 초생달 속에도 길은 잠겨 있다.
서서히 주위의 형체들은 어둠을 안주 삼아 하루와 작별한다. 작년의 7월과 올해의 7월. 무엇이 달라졌나.
서울의 강남에서 음성으로 직장을 옮긴 것, 내 마음은 여전히 불온하다.
세상이 내 마음을 땅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것인가. 나의 또 다른 내가 돌멩이로 짓이기는 것인가.
그러나 나는 내 바깥에서 나를 건져올릴 수 없다. 줄이 끊어졌다. 심연에 떨어진 두레박.
꼼짝없이 위에만 올려달 뿐이다. 동요가 없는 감옥. 세라핀.
늘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스쳐간 사람들과 지금도 스쳐가고 있는 사람들.
사람들을 생각하면 내가 무섭다. 내가 그들을 쏜살같이 지나갈 것이기 때문에. 지나올 것이기 때문에.
비껴갈 것이기 때문에. 피할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사랑처럼 그들이 나를 지나갈 것이기 때문에
지나올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가는 모래 위의 글씨처럼 지워진단다.
바닷가를 산책하다 눈에 띄는 소라 껍데기, 작은 돌은 수많은 절망과 울음에서 건져올린 희망.
그것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