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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피부에 스치면서 조금씩 마음도 허전해진다. 여름 동안의 무력한 텅 빈 것만이 아닌
무언가가 있었다가 사라진 것 같은 부재의 느낌과 흡사하다. 그러나 나이를 먹은 탓에 잠시 아릿할 뿐이다.
지난 날의 동경, 그리웠던 사람, 치기 어린 열정. 한순간에 지나간 모든 감정들이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만일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그 감정들은 얼마나 가슴에 북받칠까. 또한 허망할까 싶은 느낌도 든다.
몇 해 전 수술을 앞두기 전 병원에서 양성일 경우 길어야 한 달 반을 살 수 있을 거라는 말을 의사가 엄마에게 
전하는 것을 병실 복도를 지나며 엿들었을 때 정작 나는 담담했었다. 한순간에 삶을 체념했던 것인지 모른다.

며칠 동안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에 대한 생각을 자주 했다. 만난 적이 없는 그 사람을 대학교 때
친구가 만나고 나서 나를 떠올렸다고 한다. 지나치게 차분한 것도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하노라면서.
항상 무겁게 가라 앉았던 날들. 그러나 반짝 지구를 들어올릴 때도 있었다. 친구는 그런 나를 좀체로
발견을 못했었나 보다. 어쩌면 나란 사람은 무거운 느낌과는 정반대였는지, 모두 그런 척 했던 것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