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녕, 안녕 처마 아래서 겨울비가 손가락을 짚어 가며 숫자를 센다 더딘 저녁, 누군가를 오래 세워 둔 적이 있었나 여러 번 머뭇거린 뒤꿈치가 만든 뭉개진 자리가 나란하다 창밖을 서성대던 들쑥날쑥한 머리통들 가운데 몇몇이 어느새 방 안에까지 들어와 있었나 검게 엉킨 실타래들을 풀지 못해 한 번 수의도 지어 주지 못했나 나 간다 이번엔 정말 간다고 카운트다운을 하는 겨울비, 반에서 반의 반으로 다시 반의 반의 반으로 끊임없이 숫자를 줄여 가는 저 겨울비 권혁웅 시 오늘 노날 마지막 멘트에 흘러나온 시 한 편. 스산하고 침침한 저녁 비가 내린다. 연거푸 커피 석 잔 마시고 나서 브루크너 8번 3악장을 듣고 있다. 얼마 전 처음 프레스토 클래시컬에서 큰 마음 먹고 주문한 첼리비다케 에디션 1, 2집. 어쩌면 당신 부러워할지.. 더보기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