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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11월 29일 (월) 뉴델리 (빠하르간즈)


나에게 인도는 뉴델리 역 앞 여행자 골목인 빠하르간즈에서 시작했다가 끝났다.

바라나시에서 출발한 기차가 다음 날 델리의 아난드 비하르 역에 내렸을 때
무거운 베낭과 그동안 긴장한 탓에 몹시 지쳐 있었다. 역 앞에서 많은 릭샤꾼들이 나를 둘러싸자
나는 오토릭샤와 흥정을 잘 해서 편하게 빠하르간즈를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뉴델리 역 앞 빠하르간즈를 간다고 하자 그 중 한 릭샤꾼이 800루피를 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세상에나 800루피라고... 그 릭샤꾼은 얼마를 원하느냐고 자꾸 따라붙었다.
오토릭샤를 포기하기로 하고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지하철을 타기로 나는 마음 먹었다.
걸음을 멈추고 따라오던 그에게 그럼, 지하철 역은 어디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세상에나 지하철은 오늘 쉰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이 나쁜 거짓말쟁이 릭샤꾼!

사진을 내가 돌아온 날부터 역순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어디가 어딘지 알 수도 없거니와
찢어간 가이드 책마저 네팔에 버리고 왔기에.



인도 델리공항으로 향하기 전, 나는 R.K. 아쉬람 역을 가까이에 두고 가만히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낯선 나라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 무얼까 하면서. 그때 어떤 한 남자가 조용히 내 앞에 앉았다.
돈이나 말을 건넬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내가 다이어리에 메모하는 것을 지켜보다 다시 거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나처럼 거리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인도의 전통악기 싯타르를 연주하고 있는 아저씨



무작정 골목을 들어가다가 만난 아이, 아이의 가느다란 다리가 추워보였다.



내가 이 사진에서 찍고 싶었던 사람은 사진 좌측 맨바닥에 염주와 팔찌를 파는 아주머니였다.
빠하르간즈의 상점들은 대개 10시 넘어 오픈을 했다가 저녁 8시 쯤이면 대부분 문을 닫는다.
그러나 저 아주머니는 달랐다. 속으로 이른 아침에 누가 저런 초라한? 물건을 살까하면서 지나치긴 했지만..
한 번은 물건을 고르려고 다가가려던 찰나에 같은 일행이셨던 선생님을 만나 그 순간마저 놓쳤다.
내가 사진을 정면에서 찍었다면 돈을 요구하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