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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른다 - 베로니까 뚜쉬노바





Вероника Тушнова (1915~1965)


옳은 것이라도 -  모른다
정직한 것이라도 - 나는 모른다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알 수 없고,
끝 또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기쁘다,
긴 시간을 함께 만나지 않은 것과
너와 입맞춤 하지 않아서
현관 계단 입구에서.
그토록 조용하면서 솔직했기에, 나는 기쁘다,
그토록 간단하고 어려운,
그토록 상냥하면서 부드러운,
불안한듯 자극적인,
가을 냄새가 난다
산비탈 너머로 안개 자욱한 하늘이 천천히 흐르는데.
수다쟁이 어치 한 마리
목이 쉴 때까지
모든 해안가에 우리에 대해 소문을 퍼뜨린다.
내가 너에게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은 것과
나에게 너는 그 아무것도
부탁하지 않은 것.
그러나 이것은 조금도 나를 슬프게 하지 않는다, -
맨처음 그 아름다웠던 때도 아늑하지 못했던 것처럼...
선물은 부탁하지 않으며
약속도 하지 않고,
조용히 갖고와서는
건네주는 것이다.




Не знаю - права ли,
не знаю - честна ли,
не помню начала,
не вижу конца...
Я рада,
что не было встреч под часами,
что не целовались с тобой
у крыльца.
я рада, что было так немо и прямо,
так просто и трудно,
так нежно и зло,
что осенью пахло
тревожно и пряно,
что дымное небо на склоны ползло.
Что сплетница сойка
до хрипу кричала,
на все прбережье про нас раззвоня.
Что я ничего тебе
не обещала
и ты ничего не просил
у меня.
И это нисколько меня не печалит, -
прекрасен той первой поры неуют...
Подарков не просят
и не обещают,
подарки приносят
и отдают.


*Вероника Тушнова



작년 러시아 친구가 집에 다녀오며 사다준 시집이다.
베로니까 미하일로브나 뚜쉬노바, 내가 고작 아는 건 그녀가 짧게 살다간 것과 시집 안을 펼치면 그녀가 스케치한 작품들과 흑백 사진으로 본 것이 전부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고정희 시인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러시아어 전공도 아니면서 아주 엉성하게 해석을 했지만 그래도 뿌듯한 건 사실이다.

내가 러시아 친구에게 윤동주의 시를 펼쳐놓고 설명하려던 때가 있었다. 그때 친구는 내게 어감을 모르겠다고, 네가 아무리 얘기해줘도 모른다고 시는 어렵다고 한 적이 있다. 이제야 나는 친구의 그 '어감'에 대한 것을 체험한 셈인지도.


맨 아래에 있는 사진은 모스크바에 위치한 그녀가 영원히 잠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