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6일 밤 11시 카주라호에서 출발한 기차는 바라나시를 향해 달렸다.
다음날 바라나시 정션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2시.
창밖으로는 인도의 가을이 펼쳐지고 있었고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내가 정말로 인도에 와 있다는 사실이 꿈 같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얼마 후에 사라질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끝나지 않는 여행을 꿈꾸는 동안 일체 모든 연을 잊고 싶을 정도로
한국에서의 기억들은 차갑게 식어버린 이미지들로 괴롭게 떠올려졌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죽는 순간에도 어쩔 수 없이 길 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지 않는 건 아니다.
길은 얼마나 많은 것을 안고 있는가. 위험과 도피 속에 꿈이란 색깔을 지니고.
그러나 다시 떠나고 싶다.
"변화를 두려워할 것인가, 아니면 고통에 안주할 것인가.." 얼마 전에 본 영화 속 대사다.
새해를 맞는 내 기분은 마치 나쓰메 소세끼의 소설 '길 위에 생"
겐조의 마음과 너무나 흡사하다. "모두가 쓰잘 데 없는 짓이다. 모두 인간의 잔꾀다' 라고 한.
이렇게 심드렁하게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에게는 각자가 저마다 하나씩 이유가 있겠지만.
2010년을 보내며 아름다운 한 사람, 한 사람들을 떠올려보았다.
어쩌면 내가 아름답다고 하는 것들은 내 마음을 조용히 움직였기 때문일 것이다.
책장을 가장 나은 자리에 옮겨 놓듯. 음악을 골라 듣는 것처럼.
다음에 또 모니카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꼬마가 얼마큼 변해 있을지. 나 또한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밝혀주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앞날에 축복을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