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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10월 27일 바라나시 (1)


2010년 10월 26일 밤 11시 카주라호에서 출발한 기차는 바라나시를 향해 달렸다.
다음날 바라나시 정션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2시.
창밖으로는 인도의 가을이 펼쳐지고 있었고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내가 정말로 인도에 와 있다는 사실이 꿈 같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얼마 후에 사라질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끝나지 않는 여행을 꿈꾸는 동안 일체 모든 연을 잊고 싶을 정도로
한국에서의 기억들은 차갑게 식어버린 이미지들로 괴롭게 떠올려졌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죽는 순간에도 어쩔 수 없이 길 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지 않는 건 아니다.
길은 얼마나 많은 것을 안고 있는가. 위험과 도피 속에 꿈이란 색깔을 지니고.
그러나 다시 떠나고 싶다.

"변화를 두려워할 것인가, 아니면 고통에 안주할 것인가.." 얼마 전에 본 영화 속 대사다.

새해를 맞는 내 기분은 마치 나쓰메 소세끼의 소설 '길 위에 생"
겐조의 마음과 너무나 흡사하다. "모두가 쓰잘 데 없는 짓이다. 모두 인간의 잔꾀다' 라고 한.
이렇게 심드렁하게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에게는 각자가 저마다 하나씩 이유가 있겠지만.

2010년을 보내며 아름다운 한 사람, 한 사람들을 떠올려보았다.
어쩌면 내가 아름답다고 하는 것들은 내 마음을 조용히 움직였기 때문일 것이다.
책장을 가장 나은 자리에 옮겨 놓듯. 음악을 골라 듣는 것처럼.


바라나시 정션역

고돌리아

메인 가트로 나가는 길




처음 골목에서 마주쳤을 때 나는 꼬마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 '웰컴'이란 말과 함께 그녀는 걸음을 잠시 멈춰섰다. 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다시 만났을 때 꼬마 이름을 알게 되었다. 이름은 모니카. 우리가 밥 먹는 식당으로 관광 엽서를 팔기 위해 들어왔다.
다음에 또 모니카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꼬마가 얼마큼 변해 있을지. 나 또한 마찬가지겠지만.






포카라에서 헤어지기 전 날 그녀가 필터 끝까지 피운 던힐 담배 꽁초 하나를 떠난 날 새벽에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꽁초를 보았을 뿐인데 외로움이 밀려왔다.  아름다운 사람.



나는 디아에 불을 밝혔다. 영원히 꺼지지 않을 마음속 불과 함께 갠지스 강물 위에 띄워 보냈다.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밝혀주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앞날에 축복을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