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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11월 7일, 13일 포카라, 사랑코트


포카라에 머무는 동안 사랑코트를 두 번 다녀왔다.
11월 7일은 이른 새벽, 함께 여행 온 사람들과 일출을 보기 위해 택시를 타고 다녀왔고
13일에는 3시간 정도 천천히 걸어서 올라갔었다. 산 아래로 돌아오니 하루가 다 지나가더라.
하지만 두 번 다 날씨가 좋지는 않았다.


11월 7일 (일)

한 꼬마 아이가 나를 가로 막았다. 왜 그랬을까... 아이의 손을 잡으려 했다.
내겐 초콜렛이 없었고 그렇다고 돈을 줄 수도 없었다. 미안한 마음 뿐.


해가 뜨는 반대방향으로 물고기 꼬리 모양의 마차푸차레가 보인다. 그리고 안나푸르나도...
날씨 좋은 날, 서서히 해가 떠오르면서 저 설산에 반사되는 풍경을 본 사람은 정말 신이 선택한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만 난 이곳에 서 있는 것만도 기적이지.


일출을 보기 위해 카메라 장비를 산밑에서 무겁게 들고 올라왔던 저 중국여자는 몹시 화가 난 듯 했다. 왜냐하면...

내 인생도 구름에 가려 저렇게 희미했지.








세계 각지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러 오는 사람들 속으로 이렇게 산 중턱에서 힘들게 물을 길어다 먹는 사람도 있다. 때로 어떤 아름다움은 척박한 땅을 기만한다.


내가 그의 뒷모습을 찍자, 맞은편에선 그의 앞모습을 찍는 서양 여자가 있었다. 
무거운 물통을 든 채로 그는 사진 찍은 댓가로 그 여자에게 돈을 요구했다.
어쩌면 그 여자의 사진 속에도 내가 있겠지. 





빗자루로 청소하는 모습을 찍는데 아이가 쑥스러웠나보다. 나는 이 사진을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일행이 모두 내려올 때까지 나머지 사람들은 기다리며 짜이를 드시고 계셨다.




사랑코트를 다녀온 후 페와호수 쪽에서 바라본 설산. 날씨 좋은 날에는 포카라 시내에서 얼마든지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를 볼 수 있다. 구름에 가려서 몇 시간 뿐이지만.



11월 13일 (일) 사랑코트 가는 길

아이가 그네를 타다가 내가 사진 찍는 걸 보자 달려왔다





예사롭지 않은 소녀의 시선이 내 카메라에 잡혔다. 나중에 내려와서 다시 이 집을 만났을 땐 엄마와 동생이 앉아 있었다. 

발 아래로 포카라 시내와 페와호수가 한 눈에 보인다.

사랑코트에서 패러 글라이딩을 타려면 80달러가 있어야한다.  내겐 사치다.



포토, 포토하며 내게로 달려왔다. 아이가 진정 행복할 수 있는 길이 무얼까. 돈과 초콜렛...  돌아와서 사진을 보니 어쩐 일인지 이 집에 사는 엄마와 두 딸이 내 카메라에 찍혀 있다.




사랑코트를 걸어 올라갈 때 다음엔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가지고 올라가기로 마음 먹었지만,
그때 이 아이들은 얼만큼 자라 있을까... 난 가진 게 많지만 불행하단다. 어쩌면 너희들보다.
'너희들에겐 밝은 미래가 있다'. 훗날에도 그곳을 찾아갔을 때 이렇게 말해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