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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11월 18일 (목) 포카라에서의 마지막 날


포카라에서의 마지막 날.


인도와 네팔을 여행하는 동안 같은 방을 썼던 룸메이트인 하연이와 나는 거의 따로 놀기는 했지만 함께 카페 '문댄스'에 가서 커피나 자스민 차를 시켜놓고 와이파이로 메일을 확인하며 종종 브런치를 같이 먹었다.

그러나 우리가 브런치를 먹기 위해 자주 찾아갔던 곳, 아니 거의 매일 갔다시피 한 현지인이 하는 'Asian tea house'
처음 그 식당을 알게 된 것은 일행이셨던 방송국 선생님 덕분이었다.
지나가는 우리를 붙잡으며 선생님이 네팔 음식을 시켜 놓았다며 함께 먹자고 안내한 곳이다.
하나로 PC방 사이 '한국사랑' 레스토랑을 올라가는 입구에 있어서 처음에 나는 이게 무슨 식당인가 싶었다.
그때 그 여자를 처음 보았다. 나는 단 번에 마음에 들어서 치킨 달밧을 시켰는데 세상에나 한 시간을 기다렸을까.
그렇게 해서 아시안 티 하우스를 알게 되었다.

포카라에 있는 동안 아시안 티 하우스에서 100루피인 라이트 블랙퍼스트를 시켜먹거나 포탈라 티벳 하우스에서 95루피하는 버퍼 뚝바를 먹었다. 때로 한국 음식이 그리우면 비싼 한국 레스토랑인 '산마루'에서 김치찌개로 달래기도 하면서. 이곳보다 더 싼 네팔 사람이 하는 한국식당이 있는데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그곳도 맛있었다.

늦은 아침이나 오후에 찾아가 라이트 블랙퍼스트를 시키면 구운 햄머거 빵과 감자조림, 달걀 오믈렛, 그리고 짜이가 나온다. 이상하게 그곳에서 밥을 먹으면 오래도록 배가 불렀다. 처음에 그곳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을 보고 그 여자에게 같이 일하는 남편을 가리키며 당신의 아버지냐고 했던 게 기억난다. 그렇게 쉬바와 타라를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하는 일본 청년을 만났고, 길거리에 염주와 팔찌를 파는 티벳 사람, 세계 각지에서 여행 온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밥이 모자랄 것 같으면 음식그릇을 통째로 들고 와 '모어' 하면서 표정을 살피던 부부.

한낮에 호수를 산책하다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이곳에 와서 혼자 맥주를 마신 때도 있었다. 타라는 혼자 마시고 있는 나에게 괜찮느냐고 물었다. 감자를 삶아와서 내 곁에 앉아 껍질을 벗길 때 나도 도와주면서 좀 친해졌던 것 같다.

아시안 티 하우스. 타라가 앉은 자리에서 조용히 나는 맥주를 마시곤 했다.

아름다운 부부, 쉬바와 타라


막내딸 구아누

시장에서의 타라와 하연이


마지막 날, 우리는 브런치를 먹다가 쉬바의 제안으로 현지인 버스를 타고 포카라 재래시장을 가기로 했다. 타라와 하연이 그리고 나.  버스 안에서 우린 처음 타라의 손을 자세히 보았다. 불에 데인 흔적과 34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친, 타라는 그 시장에서 특별히 장을 보지는 않았다. 아마 우리와 헤어지는 게 아쉬웠던 타라의 마음을 남편이 달래주기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내라며 제안했던 것 같다. 막내딸 교복의 웃도리를 산 후 남편의 바지를 만지작이다 그만 손에서 놓던, 그녀의 모습이 짠하게 다가왔다. 함께 거리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히 짜이와 짜파티?를 먹은 후 돌아왔는데도 너무 아쉬웠다. 우리는 그날 저녁에 다시 아시안 티 하우스를 찾아갔다. 이번엔 정말로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쉬바는 우리에게 주려고 쨈병에 꿀을 담고 있었고 타라는 식당 옆 가족이 함께 자는 작은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5평 정도 될까. 부부와 15살 먹은 아들 라메쉬, 13살인 딸 라쉬마, 7살인 막내딸 구아누, 이렇게 5명이 그 작은 방에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나는 눈이 뿌얘져서 방 안의 사물을 잘 볼 수 없었다. 함께 포옹을 하고 그녀가 오래 간직하던 염주를 내놓을 때까지 난 어떤 표정으로 있었는지 모르겠다.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요. 마지막으로 인사를 한 후 그곳을 나오며 그녀를 봤다. 힘들게 미소 짓는 타라를. Paudel 가족 모두 건강하기를!

내게 포카라는 타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