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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11월 19일 ~ 11월 21일 네팔, 룸비니


붓다의 탄생지인 룸비니는 인도 국경과 가까운 네팔에 속해 있다. 각국의 절이 있고 한국 절인 대성석가사에서 이틀밤을 잤다.

11월 19일 룸비니로 오기 위해 포가라 버스정류장에서 새벽 6시 30분 출발하여 바이라와에 도착했을 때 오후 2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포카라에서 바이라와 가는 산길이 아름다웠는데도 정신없이 자고 말았다. 끝없이 졸음이 밀려오는 낡은 버스 안에서 바이라와라며 버스 차장이 우리를 깨웠는데, 버스 지붕에서 베낭을 찾아 내려주는 동안에도 비몽사몽이었으니. 바이라와에서 조금 비싸게 RS 600을 주고 코리안 템플까지 택시를 탔다. 내게 룸비니의 첫인상은 카트만두의 매연, 먼지, 길가에 벼 베는 사람들.. 황량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포카라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코리안 템플의 큰 스님은 도착한 우리에게 청국장 수제비를 내놓으셨는데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처음엔 큰 스님인지 모르고 그저 사무실에 근무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대웅전은 형체만 갖춰져 있었지만 저녁 공양 후 예불과 목탁 소리는 정말 엄숙하면서 웅장했다.

대성석가사에 묵었던 사람은 알 것이다. 한밤중 아주 기괴한 여인의 웃음소리와 같은. 스님께서 자칼의 울음소리라고 알려주셨으나 좀 오싹했다. 태어나 처음 듣는 여우 울음소리를 이곳에서 듣다니.



마야데비 템플로 향하는 길, 마야데비는 붓다의 어머니가 모셔진 사원이고 붓다의 탄생지이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평화의 불!

마야데비 템플의 전경이다.

수령을 알 수 없는 보리수 나무와 오색 깃발처럼 수없이 펼펴진 타르초들이 아름다웠다.






보리수 나무 아래 한참 앉아있다가 현지 사람들 가족사진을 찍어준 후 나무 반대편으로 걸어갔는데 그 나무 아래에 앉아 향과 꽃, 염주를 파는 여자 아이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대뜸 향을 하나 건넨다. 아이의 청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얼마냐고 물었다. 왠지 그 향은 사야할 것만 같았다. 그랬더니 그냥 주는 거란다. 나는 속으로 감격했다. 불을 붙여 나도 그 옆에 부처님께 향을 하나 올렸다. 그런 다음 나는 100루피를 저 비닐 봉투 안에 넣었다. 그냥 받을 수가 없어서. 아이는 조용히 앉아 있는 우리에게 유창한 영어로 사원을 설명해주었지만 나는 얼마나 알아들었을까. 이름은 바비타이고, 10살이라고 했다. 10살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무언가를 초월한 사람의 깊은 눈빛을 갖고 있었다. 내가 평생에 가지지 못할 무언가를 그녀는 이미 지니고 있었다. 그게 무엇이었을까. 아직 종교는 없지만 저 나무 아래 아이처럼 앉아 행복하게 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내게 룸비니는 바비타이고, 바비타가 바로 붓다 같았다.

바비타 앞에는 붓다가 태어나자마자 용이 나타나 목욕을 시겼다는 성스러운 연못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못에 손을 갖다댔다.

아쇼카 왕의 석주, 이 석주가 발견되면서 부처님이 태어나신 곳이란 걸 알았다고 한다.

붓다가 태어나신 곳

카메라 촬영을 금지하고 있어서 탄생석은 사진을 못 찍었다.

코리안 템플 앞에는 중국 절이 있고 과자도 팔고, 바닥에 염주와 팔찌,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마야데비 템플로 가던 중에 만난, 사람의 뼈를 연상시키게 하는 나무, 저 나무의 이름을 알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