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아주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평창군 진부에서 내려 월정사 가는 버스를 탔는데 그만 일주문을 지나치는 바람에 일주문부터 전나무숲을 통과해 절로 향하는 길이 아닌 월정사와 전나무숲 따로 만나는 기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숲을 통과할 때 수많은 나무 그림자들이 만들어내는 환상 같은 걸 따라가다 그만 이쯤에서 아주 길을 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월정사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삶이 또다시 무료해집니다. 짧은 여행에서의 일들이 마치 몇 년 전에 일어났던 것처럼 뒤로 가속페달을 밟으며 멀어지는 걸 느낍니다. 9월의 정동진. 바다를 얼마만에 보았는지,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혼자 수영하는 친구는 바다만 보고 멀거니 앉아있는 저에게 바다가 그렇게 좋으냐고, 가만히 앉아 보고만 있는게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아슬한 생각도 했었지만.